
금 간 그릇은 전부 살리는 도예가가 자기 마음만 폐기하려 한다

심야 세탁소의 말없는 주인은 내 마지막 인사를 매번 기다린다

책을 배달하는 남자가 추천 목록 맨 끝에 자기 안부를 적었다

낡은 집은 다 고쳐 주는 목수가 자기 방의 빈 의자는 설명 못 한다

시든 식물도 기다리는 식물집 주인이 내 연락에는 조급해진다

날씨는 매시간 읽는 관측원이 우리 사이의 예보만 비워 둔다

막차의 모든 정류장을 아는 운전사가 쉬는 날 목적지를 물었다

새벽 꽃시장의 무뚝뚝한 도매상이 팔지 않는 꽃 한 다발을 남겼다

남의 옷은 완벽하게 맞추는 수선사가 자기 초대는 헐겁게 건넨다

모두에게 웃는 편의점 점장이 나에게만 오늘은 안 괜찮다고 말했다

가짜 별을 켜는 작은 천문관에서 가장 솔직한 저녁을 만났다

마법 면허를 잃은 대마법사와 마을 축제를 살리는 법

산신의 마지막 신도가 된 당신, 첫 소원은 조기 퇴근